15/08/2016
end of era
2016년 8월 21일(일요일)은 카페루이즈의 마지막 영업일입니다.
정리하고 처분하는 일에도 며칠은 필요하여, 커피 서비스는 앞으로 일주일만 하고 마감하기로 하였어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먼저 갑자기 왜?하고 멀리서 걱정할 친구들과 지인들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뤄지는 임대인의 횡포와 억울한 일을 겪어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가게를 내놓으면서 그럴지도 모를 뻔?한 다이나믹한 전개가 있었지만, (최악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증거는 클라우드에 묻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정한 일입니다.
2011년에 오픈 준비하면서 10년은 해보고 더 갈지 말지 고민하자 했었는데, 고작 6년을 채우고 마감하게 되었어요. 누구에게 빼앗긴 시간도 아닌, 분명 저희들이 겪고 지내온 시간임에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흘러간 하루하루가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늘어난 외장하드 속 사진과 자료들, 집과 카페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구, 베이킹, 커피 도구들을 보며 "그래, 6년이 여기 다 있구나." 하며 시간의 증거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산 물건 외, 선물도 넘치게 많아서 몇 주 전부터는 벼룩시장을 열어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도 보고, 매일매일이 파티다 생각하며 즐겁게 마무리 중이에요.
인생은 유한하고, 하고 싶은 것은 푹 빠져해봐야 마음속에 미련이 없고, 그래야 다른 일에 또 빠져들 수 있기에 6년은 재미있었어요. 뭔가에 이렇게 푹 빠져 본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아무리 재미있는 취미도 직업으로 삼아 일이 되면 몸이 힘이 들죠. 그래도 버틸 수 있었어요. 단순히도 재미있어서요. 그런 의미에서 6년의 시간을 좋아하는 일에 썼으니 저희들은 운이 좋았습니다. 내가 좋아서 한 건데, 덤으로 얻은 귀한 경험과 친구들이 가장 큰 선물입니다. 특별한 2016년, 특별한 더위까지 더해져 몸은 기운 빠지지만, 머리와 가슴은 꽉 찬 느낌.
그리고, 몸으로 겪어보니, 평화로운 소망으로만 들리던 어느 광고 문구가 떠오릅니다. "은퇴하면 작은 카페를 차려 커피를 내리는 것이 제 꿈이에요."라며 활짝 웃던 모델의 얼굴. 그나마 팔다리에 힘이 있는 젊은 날에 뛰어들어 해볼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해보면 다행스러운 경험입니다. 학동에서 시즌1, 죽전에서 시즌2, 시즌3가 있냐고 묻는 질문에 아예 없을 거라고 확답은 못했어요.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 실제 일지 몰라서 일단 쉬어갑니다. 커피도 카페도 없이는 살 수 없으니, 당분간은 남이 볶아주는 커피를 장복하며 10인용 모카포트를 끼고 홈 카페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카페에서 만나고요, 아니어도 세상은 둥그니까 또 만나게 되겠죠. 이번주는 우유가 있던 자리를 차차 비우고 맥주와 샴페인으로 채워 놓을께요. 모두들, 고마웠어요.
다시 만날 때까지 마음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 카페루이즈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