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7/2018
20금 잔혹동화(변신2018)
몇년전 일이었다
일년중에 가장 기분 나쁜 어느날 밤이었다
기괴하고 음산한 날이었다
일부러 그런 날을 고르기나 한듯이 장터에서 사람을 닮은 커다란 벌레가 술냄새를 풍기며 내게 다가와 말을 했다
그 장터는 원래 일요일에도 술을 푸짐하게 팔던 정체를 알수없는 종교의 수염을 기르고 플랭카드를 몸에 두른 현종법사라는 개구진 요괴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그 현종법사는 내가 몰고다니던 말에 주차민원을 넣어서 적자인 날도 벌금을 메기는 것을 즐기곤 했다
뭐라고? 벌레가 인간의 언어를 할줄 안다고?
카프카의 변신에나 나올법한 황당무계한 일들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것을 은근 많이 보아왔기에 나는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군인이 헬기를 타고 자국민에게 기관포를 쏘고, 공수부대가 어린 처녀의 젖가슴을 단검으로 베고, 백골단이 교내로 난입해서 이단옆차기로 지나가던 학우의(심지어 그는 이른바 운동권도 아니었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경찰이 영안실에 안치된 의문사 당한 노조위원장의 시신을 벽을 뚫고 강탈해가는 등의 해괴한 장면들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체험한 나였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때로는 삼장법사를 호위하며 사람의 탈을 쓴 요괴들을 처단하며 실크로드를 고행하던 시절보다도 더 야만적이라 여겨지던 일들을 많이 듣고보았다.
고비 사막을 비롯한 실크로드에 구할 식량이 많지 않은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삼장법사 몰래 갈증이 나면 우리를 습격했던 요괴의 피를 마시고 허기가 지면 요괴의 심장을 꺼내 먹었다. 나의 두 아우 팔계와 오정은 내가 염통 소금구이를 해주면 기뻐 날뛰곤 했다.
그러한고로 나는 속으로 "그래 벌레가 사람을 닮을 수도 있지, 아무렴 벌레가 사람말을 할 수도 있지"그려려니 할 따름였다.
그 버러지는 술을 먹었냐는 내 물음에 내 코앞에 입김을 일부러 내뿜으며 인간의 말을 유창하게 했다. "야이 조또 없는 새끼야 ! 나의 동료 벌레들을 동원해서 너의 목을 따버리겠다"
약간은 어이가 없었지만 난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만화나 영화보다도 황당한 일들이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때로는 이러한 황당한 일들이 무료한 삶의 활력소 아니겠는가?
며칠이 지난 뒤 그 벌레가 세들어사는 장터 집의 주인벌레의 아들벌레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내 목을 따려는 시도를 할 경우 너희 벌레 일족들을 모두 반토막을 내겠다고 고지했다.
이 벌레 또한 사람의 형상을 어느정도 갖춘 탓인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는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벌레이긴 해도 그 질린 모습이 안쓰러워서 나는 짐짓 멋쩍게 웃으며 커피를 한잔 건넸다. 그 벌레는 감사해하며 내가 준 커피를 할짝거리며 사라졌다.
그러나 그 벌레들은 내 말뜻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나보다. 인간보다 위대한 생존력과 번식력을 갖춘 벌레들은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라고 벤야민은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무지한 벌레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나 오공 또한 인간이기만 할까?
삭막한 사막에서의 사람의 탈을 쓴 요괴의 신선한 피와 염통구이가 가끔은 그립다. (Kafka 생가 Nikon fm2 필름카메라 후레쉬x 삼각대x 프라하 체코 어느 옛날)
2018. 6. 14일밤. 오공 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