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2020
✏️11월 10일 | 사진이 있는 글쓰기 모임 선정작
오늘도 K의 대퇴골은 진자운동을 계속한다. 그는 발톱이 전부 빠지고 발등에 피가 맺혀있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길을 걸었다.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난 여행길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저기 꼭대기에 보이는 성으로 가면 이 고된 여행도 끝나게 된다.
사실 K는 그가 저질렀던 큰 잘못을 사해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속죄를 위해 발길 가는 대로 정처없이 떠돌던 중 거대한 왕릉 아래 자연스럽게 발생된 저잣거리에서 어떤 소문을 듣게 된 것이었다. 그 소문인 즉, 바다건너 내륙에 어떤 산이 있는데 그 산위에는 성이 하나 있고 그 안에 사는 현자는 세상 어느 죄든지 용서할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도착을 목전에 두고 K는 길바닥에 앉아 그의 불어터진 발을 바라보았다. 무슨 짐승의 털로 만든 신발이라고 해서 샀었는데 벗을 때 마다 응고된 피와 고름이 엉기는 바람에 털이 온통 빠져버려서 벗을 수도 없어 골칫거리가 된 신발이었다. 하는 수 없이 신발 채로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피로를 떨쳐내었다.
저잣거리에서 그는 몇EGP만 주면 어떤 죄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는 풀을 파는 상인을 만났었다. 어차피 그만한 큰 돈도 없었거니와 그 말을 믿기 힘들었던 K는 크게 일갈하며 시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하염없이 걸었다.
하루 나절을 걸었더니 풀밭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한 남자를 만났다.
"무슨 일 있으세요?"
"나는 이제 부자여. 이걸 보게."
그가 자랑스럽게 내보인 것은 어제 시장에서 봤던 그 풀이었다.
"자네 이게 얼마짜린줄 아는가? 이것만 있으면 어떤 죄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그의 등 뒤로 다른 남자가 나타났는데 아무리 눈썰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남자의 형이라는 사실을 대번에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 우리는 이제 부자야. 자네도 저기 저 저잣거리를 지나왔으면 저 풀이 얼마나 비싼 줄 알고 있겠지?"
"아니 근데 형님, 말은 바로 합시다. 부자가 된건 나요. 형님이 아니라."
"아니 내가 널 어떻게..."
더는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형제를 뒤로 하고 길을 떠났다. 남자 혼자 추던 춤은 곧 둘이서 추는 춤이 되었고 한데 엉켰던 그들은 풀밭을 구르고 서로에게 돌팔매질을 하였다. 들려오던 투닥투닥 소리보다 확연히 큰 소리가 들리기에 k는 무심결에 뒤를 돌아봤다. 두 갈래로 찢어진 풀을 붙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남자의 시야에 쓰러진 그의 형제는 보이지 않았다.
푸드덕
덤불에 숨어었던 청둥오리가 날아오르는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는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봇짐을 꽉 동여메고 신발 바닥에 끼어있는 자갈을 떼어냈다. 이제 몇걸음만 걸으면 그는 현자를 만나 그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잡힐듯 가까웠던 산꼭대기는 아무리 걸어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신발 코에서 새로운 길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꼬박 더 걸었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딱 두가지의 부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내려오는 이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려오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에게 물어봐도 대답의 내용은 같았다.
"직접 올라가보세요 허허"
"직접 올라가보라고 에잇"
이제 한달하고 열아흐레되는 머나먼 여정의 마침표만을 남겨둔 K의 가슴은 크게 요동쳤다.
더 이상 움직이지도 않아 두 팔로 한쪽 다리를 번갈아가며 겨우 도착한 성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기 올 시간에 미안하다고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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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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