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2/2026
[ 기미사 커피산지 이야기 3. 파나마 알티에리 ]
아라비카 안에서도 ‘게이샤’라는 이름은 이미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았지만,
그 이름 아래에는 농장과 랏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파나마 보케테에서 만나는 알티에리의 게이샤 역시,
단순히 품종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커피입니다.
PANAMA ALTIERI GEISHA ALESSA DFC는
파나마 보케테 지역 Alto Quiel, 해발 약 1,880m에 위치한
Mima Estate의 Alessa Lot에서 재배된 그린팁 게이샤입니다.
알티에리 스페셜티 커피는 이탈리아 이민자인
유진 알티에리(Eugene Altieri)가 2005년 설립한 가족 농장으로,
보케테 지역 내 두 곳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나마에서 생산뿐 아니라 직접 스페셜티 카페를 운영하는 몇 안 되는 농장 중 하나로,
재배부터 가공, 로스팅과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Seed to Cup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Best of Panama(BOP)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파나마를 대표하는 생산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알티에리 농장은 각 랏에 손자들의 이름을 붙이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Alessa Lot은 농장 내 세 번째로 높은 고도에 위치한 랏으로
그린팁 게이샤만이 자라고 있습니다.
랏에 도착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산능선 너머로 안개가 마치 파도처럼 쏟아지는 풍경이
유난히 인상적으로 남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빽빽한 열대우림과
한낮에도 농장을 덮는 짙은 안개,
그리고 서늘한 기후가 겹쳐 체리가 빠르게 익지 않습니다.
그만큼 천천히 완숙되며
자연스럽게 높은 당도와 밀도감을 갖게 됩니다.
수확은 완전히 익은 체리만을 골라 진행되며,
비중 선별을 통해 다시 한 번 체리를 가려냅니다.
선별된 체리는 아프리칸 베드에서 4일간 1차 건조를 거친 뒤,
수분율 약 45%에 도달하면 그레인프로에 옮겨
낮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3일간 발효됩니다.
이 과정이 바로 DFC(Dry Fermentation Cold) 프로세싱입니다.
보통 발효가 강해지면 와인 같은 향이 도드라지고,
그렇지 않으면 생과에 가까운 인상이 나타나는데,
알티에리의 DFC는 저온 환경에서 발효를 진행해
과발효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장시간 발효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 결과 강하면서도 정제된 와인과 열대과일 계열의 향미가 살아나며,
흡사 과일을 와인에 담가 만든
샹그리아를 떠올리게 합니다.
발효가 끝난 커피는
암실의 아프리칸 베드에서 28일간 천천히 건조되고,
이후 약 한 달간의 레스팅을 거쳐 완성됩니다.
이러한 DFC 가공으로 알티에리 농장은
BOP 2024 Geisha Natural 부문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컵에서는 라즈베리와 로제 와인, 패션프룻, 로즈힙의 인상이 이어지고
밝은 산미 위로 실키한 질감이 길게 남습니다.
따뜻할 때는 플로럴과 와인의 균형이,
차갑게는 달콤한 과즙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커피입니다.
지금, 기미사 성수에서 이 알티에리의 게이샤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