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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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괴리감에 아둥바둥한지도 오래였다. 놓친 하루들이 꽤나 쌓여갈 때쯤 이동진 평론가님의 팟캐스트가 가슴에 꽂혔다. 260128
18/09/2026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괴리감에 아둥바둥한지도 오래였다. 놓친 하루들이 꽤나 쌓여갈 때쯤 이동진 평론가님의 팟캐스트가 가슴에 꽂혔다.
260128

네, 엽니다.활짝 엽니다. 전부 다 엽니다."오늘은 문 열죠?"그간 수도 없이 많이 받은 전화다. 자동응답 멘트라고 해도 무방했다. 들쑥날쑥했던 영업일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
11/09/2026

네, 엽니다.
활짝 엽니다. 전부 다 엽니다.

"오늘은 문 열죠?"그간 수도 없이 많이 받은 전화다. 자동응답 멘트라고 해도 무방했다. 들쑥날쑥했던 영업일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아마 평생 드리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간 손님들께 서비스를 어떻게 하나 싶었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워졌는데 장사를 하는 게 맞나 싶었다.

뇌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체계가 꽤나 망가져 있었고 요동치는 빈맥, 곤란한 호흡과 잦은 이명은 하루를 휘젓고 다녔다.
돌이켜보면 이건 내 문제지 손님들의 문제가 아니었다. 멘탈 관리도 장사의 덕목이거늘 많이 부족했다.

놓쳤던 시간만큼, 잃었던 신뢰만큼, 오늘도 새벽에 문을 열어둔다.
260318

투두벰?How are you?가 있듯 브라질에서는 Tudo bem?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포르투갈어다.) 안녕하세요? Hello?보다는 상대를 살펴봐주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매일같이 안부를 물어봐주는 마누가 ...
04/09/2026

투두벰?

How are you?가 있듯 브라질에서는 Tudo bem?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포르투갈어다.) 안녕하세요? Hello?보다는 상대를 살펴봐주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매일같이 안부를 물어봐주는 마누가 고마웠다. 그래서 나도 포르투갈어를 배워서 투두벰?하며 물었더니 마누는 화들짝 놀랐다.

짧은 외국여행이었지만, How are you?를 모든 사람이 묻진 않았다. 으레 하는 인사라 하더라도 묻는 이들은 삶의 여유가 있어보였다. 사실 내 안부도 챙기기 어려운 하루들인데 you?를 챙기는 건 고귀한 행위이다.

한국어 중에 마땅한 표현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별일 없죠? 오늘 어때요?라는 두 가지 무기를 들고 매일같이 방문하시는 분들께 사용해봤다. 금세 우리의 공기는 차가워졌다. 그간 안녕하세요?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똘똘한 한채였다.

오랜 외국생활을 하던 친구가 한국에 왔다. 내게 별일 없지? 오늘 어때?를 삼 일 내내 물었다. 별일 있길 바라나 싶었다. 여유 충만할 때 재도전해봐야겠다.

얼렁뚱땡이단골손님의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사장님 바뀌셨나봐요?"라는 말씀에 당황도 잠시, "살이 쪄서 그런가봐요"라는 너스레와 함께 이야기꽃이 피었다. 그렇다.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70키로 정도 였던 몸무게...
27/08/2026

얼렁뚱땡이

단골손님의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사장님 바뀌셨나봐요?"라는 말씀에 당황도 잠시, "살이 쪄서 그런가봐요"라는 너스레와 함께 이야기꽃이 피었다. 그렇다.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70키로 정도 였던 몸무게는 어느새 100키로에 다다랐다. 뭐 창피하진 않다. 타투마냥 이것도 흔적이고 추억이겠지.

요즘 오랜만에 단골 분들을 뵈며 느끼는 건 먼저 반가움과 감사함이다. 그치만 곧이어 죄송함도 따라왔다. 그간 개인 문제로 숱하게 닫혔던 문에 얼마나 기분이 안 좋으셨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다시 찾아와 여전히 맛있었다는 말씀은 가슴 깊이 박혔다. 또한, 살 좀 빼셔야겠다는 말씀은 뼈에 사무치게 박혔다.

다 덕분이다. 그간 꾸준히 찾아주신 덕분에 더 나은 페더럴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운동량은 좀 더 늘려야 쓰겄다.

좋은 하루되세요!꾸준히 인스타그램을 작성하자고 한지도 이제 8개월에 접어들었다. 혹자에겐 음식을 파는 곳에서 왜 음악을 추천하고 글을 쓰고, 왜 달리기를 하고 자연사진을 올리는지 의문투성이다. 내겐 비호에 가까웠었던...
20/08/2026

좋은 하루되세요!

꾸준히 인스타그램을 작성하자고 한지도 이제 8개월에 접어들었다. 혹자에겐 음식을 파는 곳에서 왜 음악을 추천하고 글을 쓰고, 왜 달리기를 하고 자연사진을 올리는지 의문투성이다. 내겐 비호에 가까웠었던 이 플랫폼에서 내가 꾸준할 수 있던건 이게 전부였다. 그간 요리에 대한 애정이 식어있었고, 가게에 대한 애정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었다. 맨헤라 비슷한 거였으려나?

그러다 새벽에 일어나 좋아하는 음악을 포스팅하고, 출근하며 하늘을 보고, 불꺼진 가게에 숨을 불어넣고 재료를 준비했다. 이 루틴을 반복하니 어느새 인스타그램도 차츰 좋아지고, 가게는 활기를 띠고있다.

내가 원하는 비전이 있다. 글이 있고, 땀이 있고, 사람이 있고, 웃음이 있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음식이 있고 커피가 있고 와인이 있을 것이다. 하루 중, 기분 좋은 체크포인트로서의 우리를 희망해본다.

’나도 가게를 해보고 싶다‘고 처음 느낀 건 우노 다카시의 책 덕분이었다. 아마 2014년이었을 거다.군대에서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잘 익은 토마토 하나 썰어서 손님들께 기분 좋은 서비스와 함...
13/08/2026

’나도 가게를 해보고 싶다‘고 처음 느낀 건 우노 다카시의 책 덕분이었다. 아마 2014년이었을 거다.

군대에서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잘 익은 토마토 하나 썰어서 손님들께 기분 좋은 서비스와 함께 내어준다. 이게 장사의 기본이라 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고작 토마토 하나라니.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읽다 보니 점점 그의 가게에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그들의 장사 철학은 단순했다. 어떤 걸 팔든 우리 가게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 어쩌면 단순하지만 정말 어려운 전략이었다. 매 순간 손님들의 기분을 살펴야 했다. 도도하고 무뚝뚝한 분께는 너무 밝지 않게, 햇살처럼 밝은 분들께는 너무 차갑지 않게 온도를 맞추려 노력했다. 가만히 보니 이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과 참 흡사했다. 서로의 온도를 맞춰가며 내가 좋아하는 걸 소개하고 제안하는 일.

재화가 왔다 갔다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결국 ’친구 사귀기‘였던 셈이다. 어릴 적부터 새 친구를 사귀는 건 내향적인 내게 늘 어렵고 큰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계속 도전하고 있다는 건, 어쩌면 난 장사가 아니라 사람과 친구가 되는 그 과정 자체를 여전히 재밌어하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마흔세팀100명 이상의 손님이 왔다가셨다. 그간 이정도의 손님이 왔다가시면 둘이선 벅찼었다. 밀린 설겆이와 늦어지는 서빙속도에 이명이 올 정도였다. 괜찮다는 손님들의 말씀엔 매번 감사했지만, 밀려드는 미안함이 하루를...
06/08/2026

마흔세팀

100명 이상의 손님이 왔다가셨다. 그간 이정도의 손님이 왔다가시면 둘이선 벅찼었다. 밀린 설겆이와 늦어지는 서빙속도에 이명이 올 정도였다. 괜찮다는 손님들의 말씀엔 매번 감사했지만, 밀려드는 미안함이 하루를 감쌌었다.

다행히 오늘은 퇴근하며 미안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 즉 손님들에게 좋은 하루를 선사했는가 자문하니 그렇다고 하였다. 손님들의 얼굴엔 종일 미소가 가득찼다. 우리 세 명은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를 하였고 호흡은 하모니같았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길 갈망하며 내일도 좋은 하루를 준비한다.

260731

코리안 밸리”이 날씨면 계곡 가야 되는데.“적어도 내 주변에서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만국 공통어다. 일하던 중 자연스레 시작된 회식 이야기. ”계곡 어떠세요?“라는 말에 규리 씨는 금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산장...
31/07/2026

코리안 밸리

”이 날씨면 계곡 가야 되는데.“
적어도 내 주변에서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만국 공통어다. 일하던 중 자연스레 시작된 회식 이야기. ”계곡 어떠세요?“라는 말에 규리 씨는 금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산장을 서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유학을 온 마누에겐 며칠간 설명이 필요했다. (규리 씨와 마누는 우리 페더럴의 사랑스러운 직원들이다.) 마누에게 ”계곡 가자“는 말은 산속 미지의 위험한 곳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우린 아주 안전하게 산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간 마누에게 ’코리안 밸리‘라고 설명해 왔는데, 알고 보니 내가 말한 밸리가 그 밸리가 아니었다. 밸리댄스, 포크밸리의 그 ’배(Belly)‘로 알아들은 것이다. 어쩐지. ”한국인의 뱃살 가자“라고 했으니 못 알아들을 수밖에. 결국 마누가 오해했던 건 내 짧은 영어 실력 탓이었다.

얼마 전, 마누는 이번 계곡 회식 때 자신이 채용된 이유를 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마누의 한국어 실력은 일한 기간에 비하면 월등히 훌륭하다. 나 역시 업무적인 대화는 최대한 영어로 설명해 주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내 영어는 짧기만 하다.

채용 이유라... 길게 말해 뭐 할까. 그저 두 사람 다 좋은 사람이어서지.

새벽의 여름.새벽 5시. 오랜만에 어두컴컴한 새벽을 느끼겠군. 하는 것도 잠시, 그새 일출과의 경주에서 보기좋게 졌다. 새벽의 시원함은 더이상 온데간데 없고 이마엔 땀방울만 송글.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해야할 일...
24/07/2026

새벽의 여름.

새벽 5시. 오랜만에 어두컴컴한 새벽을 느끼겠군. 하는 것도 잠시, 그새 일출과의 경주에서 보기좋게 졌다. 새벽의 시원함은 더이상 온데간데 없고 이마엔 땀방울만 송글.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해야할 일을 끝내갔다. 잠시 후 도착한 로켓프레시 기사님. 흠칫 놀라시며 당연히 사람이 없을줄 알았다고, 귀신인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떠셨다. 고요한 새벽엔 기사님과 나의 목소리만 둥둥 떠다녔다. 짐을 덜어드리며 커피대접을 제안했지만, 한사코 거절하셨다. 그렇게 응원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잠시후 울리던 전화. 가게앞을 지나간다며, 새벽출근에 대한 근황을 여쭤보셨다. 오늘하루도 전쟁에서 승리하자며 끊는 아버지의 유쾌함은 가게안을 가득채웠다.

한참을 열중하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옆집 사장님이었다. 김을 못가져와 되려 미안해하시며 뜨끈한 찰밥을 가져다 주셨다. 친구분들과 나들이 가시기전에 생각나서 싸오셨단다.

땀은 벌써 말라갔고, 그새 아침이 찾아왔다. 속절없이 지나갔던 수많은 새벽들은 여름에도 따뜻했다.

260718
photo by Won

한국은행 사람들 1고작 입간판 하나가 내 허리미남 타이틀을 앗아갔다. 10년전 하반신 마취술을 진행할 때였다. “기립근이 두꺼워서 주사가 안들어가~ 허리미남이네, 디스크는 안걸리겠다.” 그때 의사쌤이 붙여주신 호칭은...
10/07/2026

한국은행 사람들 1

고작 입간판 하나가 내 허리미남 타이틀을 앗아갔다. 10년전 하반신 마취술을 진행할 때였다. “기립근이 두꺼워서 주사가 안들어가~ 허리미남이네, 디스크는 안걸리겠다.” 그때 의사쌤이 붙여주신 호칭은 지난날 나의 하찮은 자부심이었다. 고작 삼겹살 두 근정도의 입간판이 잘도 내 허리디스크를 밀어낼줄은.

이런 변변찮은 연유로 3일정도를 쉬고 재오픈날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방문하던 한국은행 직원분들에게 변변찮은 사과와 멋쩍은 미소를 선사했다. 사고의 출처를 묻는 질문엔 다소 해괴하고 민망한 답변을 드렸다. ”주사를 맞지말고 일단 걸어“ ”주사를 맞아야돼“ ”거긴가지말고 어디병원 가“ 등 그렇게 한참을 훈수듣고 있으니 어느새 나는 그들의 어여쁜 막내동생이 되어있었다.

매번, 중년 남성 다섯 분이서 환율, 시사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나는솔로, 제니 이야기로 끝나갔다. 내일의 페더럴을 부탁한다는 장난스런 미소는 출근할 명분을 만들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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