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1/2025
옛 막걸리와 오늘의 막걸리는 다르다.
옛 막걸리는 맑은 술을 뜨고 남은 지게미에 물을 부어 짜낸 것이니 맛이 박하고 밍밍했다. 알코올 도수는 5-6도로 낮았고, 청주를 즐기지 못하는 아랫것들의 술이 되었다. 술 빚기의 목적은 청주에 있었고, 막걸리는 남은 알코올과 곡기의 재활용이었던 셈이다.
오늘 날의 막걸리는 대부분 지게미만 걸러낸 원주 전체를 써서 만든다. 당연히 맛도 좋고 알코올 도수가 낮을 이유도 없다. 여전히 대부분 막걸리가 6도인 것은 첫째, 지게미에 물을 부어 만들었던 고대의 사정과 둘째, 농사일 공사일 중 마시는 술이 너무 독하면 곤란하다는 근대의 사정, 이 둘 때문인 것 같다.
과천도가는 물 타지 않은 14도의 탁주를 내놓으면서 막걸리라는 이름대신 '백주'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와인이나 사케와 비슷한 품질과 도수의 고급주에 저도수의 대중주를 의미했던 막걸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진 않았다.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백주(白酒)라는 말은 이 땅에서 하얀 술, 즉 탁주, 막걸리를 일컫던 말이다. 우리 역사의 위대한 술꾼이었던 고려 문인 이규보의 '백주시'가 바로 막걸리의 해학을 담은 시다. 백주시를 인용하여 고급 탁주를 백주라 부르자고 제안한 것은 류인수 가양주연구소 소장님이다.
이규보는 엄청난 술꾼이었기 때문에 고위직에서 밀려나 청주 대신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을 때도 5-6도의 밍밍한 막걸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어이 주모, 물 타지 말고 한 동이 진하게 들고 오시게!"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이 술은 고려시대 십장생도와 그 풍경 안에 안빈낙도 하는 이규보를 표지에 담고, 그의 고향 경기도 이천, 그의 백주시를 인용하여 경기백주라는 이름을 갖게되었다.
한식 탐구의 최고봉으로 존경받는 미쉐린 한식당 에서 경기백주를 페어링 했던 데는 이런 이야기의 영향도 있었을까? 참고로 온지음에서는 이 술을 셰이커로 얼음과 흔들어 서빙했다. 미쉐린 식당을 가긴 어려워도 술은 미쉐린 스타일로 즐겨보자.
한치는 다리가 한 치라고 해서 한치란다. 단백질, 타우린이 풍부하고 열량은 적으니 건강 식품이고, 맛이 담백하고도 고급스러워 무침에 참 좋은 재료다.
골뱅이무침을 안주로 좋아들 하시는데, 이런 무침을 화학조미료 없이 천연 양념들과 신선한 야채들로만 맛을 내면 어떤 느낌일까? 백문이 불여일미. 진하고 풍부한 탁주에 이만큼 멋진 상쾌함과 자극을 주는 안주는 찾기 어렵다. 함께 즐겨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