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2017
‘산타클로스 할아버지한테 뭐 달라고 빌었는지 아빠한테만 말해줄래?’
‘나는 하이퍼 그랑조, 종하는 그냥 그랑조!'
24일 밤 설렘에 가득 찬 초등학교 2학년 나는, 퇴근하는 아버지 손에서 딱 그랑조가 들어있을 것 같은 선물 상자 두 개를 발견했다.
‘아빠가 산타클로스지!’
‘아니야, 이건 옆집 XX네 선물이야.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바쁘셔서 아빠한테 미리 맡기고 간 거야. 얼른 자야 네 선물 주러 산타할아버지가 오시지!’ 눈을 뜨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포장지를 뜯는 나와 2층 침대 위에서 놀라 잠이 깬 동생.
어제 보았던 선물 포장지는 이미 안중에 없고, 나는 하이퍼 그랑조의 조악한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종하껀 멋있는데, 내껀 멋없어’
나는 울기 시작했고, 동생은 행여 자기 그랑조를 내게 뺏길까 뒤로 숨긴 뒤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첨언하면 '그러니까 하이퍼 붙은 이상한 거 좋아히지 말라고…' 하는 표정이었다) 아빠는 산타클로스가 선물 사는 곳을 안다며 문방구로 가자고 했다. 그때 속으로 산타클로스가 아빠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함구했다. 거짓말을 믿지 않으면 더 이상 선물이 없어서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동생이 눈치챌까 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쨋든 거짓말로 20년 지난 지금도 가족과 공유할 수 있는 뿌듯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믿음이 중요한 것은 거짓말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담긴 의미의 문제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이브, 성탄절 행복하게 보내시길.
아, 하이퍼 그랑조는 결국 포세이돈으로 바꿔서 잘 가지고 놀았다는 이야기. (산타할아버지가 오시기엔 너무 누추한 문방구였어...)
아버지, 어머니 감사해요.
#ㅍㅅㅂㄹ